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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전 세계 영화 산업이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인 회복과 전환을 이룬 해로 평가받습니다. 극장가에 다시 관객이 돌아오면서 콘텐츠 제작 방식과 마케팅 전략, 그리고 장르 선택에 있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습니다.
특히 흥행 성적을 견인한 영화들의 장르 분포는, 과거처럼 액션 일변도의 구조에서 벗어나 감성, 서사, 팬덤, 확장성 등의 요소들이 작동하는 장르들이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4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른 작품들을 장르별로 심층 분석하고, 각 장르가 어떤 방식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는지, 또 어떤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① 액션/블록버스터 – ‘볼거리’에서 ‘몰입형 감정체험’으로 진화
2024년에도 액션과 블록버스터 장르는 세계 영화시장의 주류였습니다. 한국의 <귀공자 2>, 미국의 <듄: 파트 2>, 중국의 <장안 30일>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 <귀공자 2>: 한국 내 1,200만 관객, 동남아와 일본 동시 개봉
- <듄 2>: 북미 4억 달러, 전 세계 7억 달러 이상 수익
- <장안 30일>: 중국 내 52억 위안 수익, 글로벌 흥행 5위권 진입
흥미로운 점은 이제 액션 블록버스터가 단순한 ‘폭발과 전투’에서 벗어나, 세계관 + 인물 서사 + 감정선의 결합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것입니다.
- <귀공자 2>는 액션 사이사이에 아버지와 아들의 복수극이라는 감정선을 집어넣어 관객의 몰입을 유도
- <듄 2>는 정치적 알레고리와 종교 코드, 철학적 내면 탐구를 결합한 ‘사유형 블록버스터’
- <장안 30일>은 역사적 맥락과 국가주의 이념을 서사 중심으로 끌고 가며, 전통 사극과 현대 액션의 융합을 시도
또한 제작 기술의 진화도 뚜렷합니다. AI 기반 CG 합성, 8K급 드론 촬영, 극한의 사운드 믹싱이 극장의 존재 이유를 강화시키며, 4DX·IMAX 등의 프리미엄 포맷 관람률이 전체 관객 중 25%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도 있습니다. 블록버스터 중심의 투자 쏠림, ‘속편 피로감’과 ‘기시감 있는 전개’, 제작비 대비 수익 불균형 등의 리스크가 상존합니다.
이제 액션 장르는 ‘볼거리’에서 ‘스토리 있는 감정체험’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캐릭터 중심 서사와 고감도 체험 전략이 핵심 흥행 요인이 될 것입니다.
② 애니메이션 – 팬덤을 기반으로 한 ‘확장형 콘텐츠의 정점’
2024년은 애니메이션이 단순히 아동 타깃 장르가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글로벌 흥행 콘텐츠로 자리 잡은 해였습니다.
- <하이큐!! 더 퍼스트 슬램> – 일본: 145억 엔 흥행, 응원 상영 열풍
- <명탐정 코난: 블랙아이즈 체이스> – 일본 내 95억 엔 수익
- <인사이드 아웃 2> – 북미 개봉 일주일 만에 1억 달러 수익
애니메이션의 흥행 공식은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팬덤 커뮤니티 기반의 소비 확장 모델에 있습니다.
- <하이큐!!>는 원작 만화의 엔딩과 연계된 시나리오와 상영 중 팬 참여형 이벤트를 통해 팬심을 동원
- <코난>은 해마다 개봉하는 극장판을 통해 ‘시리즈 관람 문화’를 정착시켰고,
- <인사이드 아웃 2>는 감정 캐릭터를 확장하여 부모-자녀 동반 관람을 유도하면서도 성인 감성까지 겨냥
흥미롭게도 2024년에는 성인 취향 애니메이션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일본의 <카구야님: 결혼 편>이나 프랑스의 <마담 웹(애니메이션판)> 등은 로맨스와 사회 풍자 요소를 가미하여 고 연령층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또한 애니메이션은 OTT 진출과 2차 저작물 상품화에 매우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 유튜브 쇼츠나 틱톡으로 확장되는 캐릭터 클립
- 피규어, OST, 컬러링북, 메타버스 아바타 등 수익 구조 다각화
- 팬덤 주도 커뮤니티에서 ‘작품 소비 → 캐릭터 소비 → 브랜드 소비’로 확장
결론적으로, 2024년 애니메이션은 단일 영화가 아니라 콘텐츠 IP 전체의 수익 중심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팬덤 산업의 가장 효율적인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③ 드라마/실화 기반 – 현실 공감과 정서적 울림의 진화
2024년 박스오피스에서 의외의 선전이 돋보였던 장르는 바로 실화 기반 드라마입니다.
- <시민덕희>(한국): 통신사기 피해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980만 관객
- <리틀 미스터 천>(중국): 퇴직 교사의 손자 돌보기 에피소드, 25억 위안 수익
- <나의 파란 하늘>(일본): 장애 아동과 교사의 실화를 토대로, 72억 엔 수익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회적 약자의 시선 – 주인공들이 시스템에 의해 소외된 인물들이라는 점
- 현실감 있는 연출 – 과장 없이 실제 사건을 다큐처럼 풀어가는 방식
- 감정 이입 유도형 구조 – 관객이 인물의 변화에 따라 심리적 공감을 느끼도록 구성
<시민덕희>의 경우, 실제 사건 피해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극본이 구성되었고, 주연 배우 라미란의 생활감 있는 연기가 극장가 중장년 여성 관객을 집중 유입시켰습니다.
드라마 장르는 비교적 저예산으로도 제작이 가능하며, OTT와 극장 상영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도도 높습니다. 특히 배우 중심의 서사 구조는 스타 파워가 아닌 연기력 기반 캐스팅이 가능해지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2024년 실화 드라마는 단순한 '감동 코드'를 넘어서, 관객이 자기 삶을 투사할 수 있는 영화적 거울이 되며 관람 이후에도 공감과 토론이 이어질 수 있는 영화가 더욱 흥행에 성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