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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영화시장은 팬데믹 이후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자국 영화와 외화 간의 박스오피스 경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로컬 콘텐츠의 자생력 강화와 정부의 자국 영화 보호정책이 주효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외화들이 팬층과 시리즈의 힘을 기반으로 꾸준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4년 한국, 일본, 중국의 영화 시장을 중심으로 자국 영화와 외화가 각각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객관적인 수치와 함께 흥행 구조의 특징, 배급 전략, 관객 반응의 차이점을 심층 분석해 보겠습니다.
① 한국: 자국 영화가 수적으로 우세, 외화는 ‘선택과 집중’
2024년 상반기 한국 박스오피스 총 관객 수는 약 6,200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의 약 80%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이 가운데 자국 영화의 점유율은 약 54%, 외화는 46%로 비교적 균형을 이뤘으나, 상위권에서는 자국 영화의 약진이 뚜렷했습니다.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자국 영화는 <귀공자2>로, 1,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 최초의 천만 영화로 기록되었습니다. 또한 <시민덕희>, <파묘>, <밀수> 등 실화 또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자국 영화들이 중장년층 관객을 집중 유치하면서 스테디셀러로서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 외화의 경우 <듄: 파트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웡카> 등이 북미와 거의 동시에 개봉되었지만, 흥행 순위에서는 5위권 안에 한두 작품만 포함될 정도로 제한적인 흥행 구조를 보였습니다.
이는 팬데믹 이후 한국 관객의 외화 피로도 증가와 OTT로 외화를 접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자국 영화의 세계관, 캐릭터, 배우 팬덤 중심 소비에 익숙해졌으며, 이는 외화에 대한 관심을 다소 분산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다만 마블, DC, 디즈니 계열 콘텐츠는 여전히 충성 팬층을 보유하고 있어, 특정 외화는 자국 영화보다 관객 충성도 면에서 우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② 일본: 외화보다 자국 애니메이션이 지배하는 독보적 구조
일본 영화시장은 2024년 상반기 기준 박스오피스 총 수익 약 1,150억 엔(약 1조 1천억 원) 가운데, 자국 영화 점유율이 74%, 외화는 26%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일본이 전 세계에서 자국 영화 점유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임을 다시금 입증한 것입니다.
특히 2024년에는 자국 애니메이션이 전례 없는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 <하이큐!! 더 퍼스트 슬램>: 145억 엔
- <명탐정 코난: 블랙아이즈 체이스>: 95억 엔
- <스즈메의 문단속: 애프터 스토리>: 72억 엔
이처럼 일본 자국 영화 시장은 거의 애니메이션 중심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IP(지적재산권) 기반의 장기 시리즈 콘텐츠가 강세를 보입니다. 이러한 콘텐츠는 팬덤을 기반으로 굿즈 소비, 응원 상영, 성우 이벤트 등에서 부가 수익까지 확보하며 극장 수익을 넘는 경제적 파급력을 갖습니다.
반면 외화는 픽사, 마블, 디즈니 등 일부 브랜드 영화만이 극장 상위권에 간신히 진입하는 수준입니다. <인사이드 아웃 2>와 <듄2>가 그나마 일본에서 흥행 성과를 거두었지만, 자국 애니메이션 흥행에 비하면 비교 불가한 수준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일본 관객의 콘텐츠 소비 패턴은 여전히 극장 중심 + 팬덤 기반의 장기 소비이며, 외화는 그 안에서 일종의 변주 콘텐츠로 기능하는 구조입니다.
③ 중국: 내수 중심 자국 영화 절대 우위, 외화는 제약된 진출
중국 영화시장은 2024년 상반기 기준 총 박스오피스 약 350억 위안(약 6.5조 원) 중, 자국 영화 점유율이 약 85%에 달하며, 외화는 단 15%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중국 특유의 정책적 보호, 검열 시스템, 자국 콘텐츠 집중 투자라는 3중 구조가 결합한 결과입니다.
2024년 중국 박스오피스 1~10위 모두가 자국 영화로 채워졌고, 대표작 <장안 30일>은 단일 작품으로 52억 위안을 기록하며 전체 수익의 15%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전랑: 귀환>, <리틀 미스터 천>, <태공망> 등 애국 서사 또는 가족 중심 영화가 상위권을 유지하며 다양한 연령대와 지역층 관객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중국은 자국 영화 배급 시 보호 기간(외화 제한기)을 활용하고, OTT 플랫폼에서도 자국 콘텐츠 중심으로 알고리즘을 조정함으로써, 외화의 입장 자체를 제약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아바타 리마스터>, <패스트 앤 퓨리어스 X> 같은 헐리우드 대작이 개봉했지만, 관객층이 제한적이고 상영관 수도 한정적이어서 외화가 자국 영화와 실질적으로 경쟁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