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밀레니얼 세대(MZ)와 Z세대는 영화 소비의 기준과 감각이 기존 세대와는 현저히 다릅니다. 이들은 단순한 오락성보다 공감, 다양성, 감성, 캐릭터 중심성을 핵심 가치로 여기며, 콘텐츠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연결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소비합니다. 아시아 영화 시장에서는 이러한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으며, 이는 영화 산업 전반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밀레니얼·Z세대가 선택한 아시아 영화의 흥행작, 선호 테마, 공감 요소를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1. 아시아 흥행작에서 나타난 세대 취향
아시아 전역에서 MZ세대가 열광한 영화들을 보면, 이들이 무엇에 반응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우선 한국 영화에서는 기생충, 더 글로리,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강한 서사와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가 특히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2030세대는 단순한 장르보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 누구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가, 그 인물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가에 더 집중합니다.
일본 영화에서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애니메이션이 대표적입니다. 이 작품들은 복잡한 세계관보다는 정서적 공감과 감정의 여운을 강조하며, 일상과 환상을 결합한 서사로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대만의 나의 소녀시대, 태국의 배드 지니어스 또한 Z세대 관객에게 크게 어필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들은 첫사랑, 청춘, 성장통이라는 보편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국가별 문화와 특색을 적절히 녹여내 문화적 다양성과 공감대를 동시에 실현한 좋은 사례입니다.
OTT를 통한 접근성 향상도 MZ세대의 영화 소비를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왓챠 등에서 아시아 영화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면서, 젊은 세대는 ‘이 영화가 어느 나라 영화인지’보다 ‘내 감정에 맞는 이야기인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2. 밀레니얼·Z세대가 선호하는 테마는 무엇인가
이 세대가 특히 반응하는 테마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자아와 정체성, 2) 사회적 억압과 부조리, 3) 감정의 깊이와 회복.
기생충은 단순한 계층 갈등이 아닌, 청년 세대의 ‘탈출 불가능한 구조’에 대한 분노와 체념을 반영했습니다. 더 글로리는 피해자 중심의 서사를 통해 ‘억눌린 분노의 복원’이라는 주제를 성공적으로 시각화했고, 이는 많은 Z세대 여성들에게 폭발적 지지를 얻었습니다.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불완전한 사람들끼리 만들어가는 관계’라는 테마를 부각하며,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치유와 성숙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러한 감성 중심 테마는 일상에서 복잡한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MZ세대의 내면을 대변합니다.
또한 아시아 각국의 영화들은 기존의 권위, 체제,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이야기들을 자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심판, 독전2, 우리는 그렇게 사랑했다 등의 콘텐츠는 법, 사회, 도덕의 경계에서 불확실한 현실과 인간의 선택을 조명하며, ‘무조건적인 정의’보다 ‘현실 속 감정과 윤리’를 먼저 생각하는 MZ세대의 사고방식을 반영합니다.
이처럼 밀레니얼·Z세대는 추상적인 메시지보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구체적 감정과 상황을 중심으로 영화를 해석하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콘텐츠를 재구성하는 관람 태도를 보입니다.
3. 공감요소: '나를 닮은 이야기'에 반응하는 세대
이제 영화는 더 이상 화면 속 이야기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히 밀레니얼·Z세대에게 영화는 감정적 대화의 장이며, 정체성을 확장하는 도구입니다. 이들은 이야기 속 인물에 자신을 대입하거나, 특정 장면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표현합니다. 즉, ‘좋은 이야기’란 단지 완성도가 높은 것이 아니라, 나를 알아주는 콘텐츠로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소울메이트의 미소와 하은처럼, 감정을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시선과 행동으로 교감할 수 있는 관계의 서사는 Z세대의 관계 감각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관계의 정의보다, 관계 안의 감정 흐름’을 중시하는 이들은 이야기보다 그 안에서 흐르는 감정을 기억합니다.
또한 2030세대는 다양한 정체성과 사회적 배경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하는 콘텐츠에 더 강하게 몰입합니다. 성별, 계층, 장애, 외모 등 다양한 조건을 지닌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작품—예: 오징어 게임, 조제, 나의 특별한 형제 등—은 내가 소외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주며, 그 자체로 정서적 지지와 위로를 전달합니다.
공감은 SNS를 통해 더 강하게 확산됩니다. 한 장면, 한 대사, 한 표정이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짧지만 강한 감정의 공유’가 유행처럼 이어집니다. MZ세대에게 영화는 더 이상 한 번 보고 잊는 콘텐츠가 아니라, 공감하고 저장하고 공유하고 다시 해석하는, 지속 가능한 감정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